워드프레스를 시작하며

AI는 날 대체할까?

요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크다.

사실 커리어라기 보다는 인생에 대한 고민이라고 하겠다. 2026년 1월 현재 AI의 발전은 1년 전과는 완전히 양상이 달라졌다. 사실 나는 지금까지 ‘AI에 내가 대체되는 건 아닐까?’ 라는 걱정을 한 적이 없다. 무슨 자신감이야? 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렇다.

일단 IT 업계에서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AI가 SF영화에서 나오는 미지의 존재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현재 기술의 레벨이 어느정도이며,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어느 정도는 현실성 있는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과거 우리 역사에서 배웠듯, 기술의 발전은 역행하지 않는다. 변화는 필연적인 것이니 결국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이 승리한다. 그리고 나는 이 부분에서 자신감이 있다. 갑자기 나타난 무서운 기계가 옆에 있던 사람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다만, AI를 잘 다루는 사람의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 옆에 있는 동료를 대체할 수는 있을 것이다. 난 내가 대체하는 사람 쪽에 속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이 힘든 세상에 그 정도 자신감 없이 어떻게 사냐?

위기감이 된 안정감

다만, 바로 지금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 안정감 있는 조직에서 적당히 행동하기에는 내가 인식하는 변화가 너무 빠르다. 현재의 조직이 주는 가장 큰 가치는 안정성이다. 노조가 있는 대기업이기 때문에 고용이 유연하지 않다. 다만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도 항상 안정성이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안정적인 조직은 변화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조직에서 오래 시간을 보낼 수 있던 가장 큰 가치가 안정성이었는데, 이제는 이 가치가 내 자신감을 위협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서비스 기획자’이다. LinkedIn에는 대부분 ‘Product Manager’라고 작성해놓겠지만 두 직무는 사실 꽤 차이가 크다. 2026년에 와서 Job Title이 ‘서비스 기획자’ 라는 것은, 회사에서 너에게 결정할 권한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의미이다. 회사마다 이 ‘권한을 주고 싶지 않은 의지’의 범위나 영향은 다를 것이다. 다만 결론은 동일하다. 나는 비즈니스의 방향을 결정하는 본질적인 의사결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된다.

권한 없는 기획자는 무엇을 하나

늘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컸다. 스타트업에서 이미 Product Manager를 해보았기 때문에 권한 차이가 강제로 체감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환경에서도 결국 결정되었기 때문에 하는 일들은 많다. 다만, 비즈니스적 의사 결정에 대해 내가 어떤 방식으로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매우 다르다.

하지만 지금의 조직이 주는 이득이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적당히 타협해왔다. 채용 시장도 얼어있고, 외부 상황을 들어도 그렇게 매력적인 회사를 찾기는 어려웠다. 코로나 이후 IT 버블이 꺼진 채용 시장은 한창 hype 때와는 참 달랐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고, 회사도 고만고만 했기 때문에 지금 내 업무도 잘 포장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결론을 내렸다.
이대로는 어렵다. 이 조직의 속도로는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고, 여기에서 내가 하는 일은 근 몇 년 내에 큰 의미가 없는 일이 될 것이다.
나는 다른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일을 하고 싶다.

AI가 가져올 경험의 격차

조직 자체가 AI에 미온적이진 않다. 조직적으로 도입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그 덕에 여러가지 툴을 개인 비용 없이 시도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업무에 적용했을 때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내게 허용된 정보에만 적용해도 그랬다. 하지만 AI를 활용한 Workflow를 업무 전반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내게 코드 레벨의 view 권한까지는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접근 승인을 얻어야했고, 그를 위해서는 모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과연 우리 조직의 사람들은 변화를 반기는 사람들일까? 우리 조직의 가치는 안정성이다. 딱히 이에 대해 비판적인 것은 아니다. 조직의 분위기나 성향은 개인이 만든 것이 아니다. 그리고 가정과 연차를 생각했을 때 지금 회사에 있는 사람들이 변화를 택할 이유가 없다. (AI가 이미 시니어인 사람들을 해고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한국에서는.)

다만 나는 이 변화에 올라타고 싶다. 이 시기에 적극적인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의 결과가 극명하게 달라질 것 같다. 지금의 경쟁 사회도 쉽지 않은데 앞으로는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지금 내가 AI를 다루는 것에 조금은 주변 사람보다 조금은 앞서있다. 하지만 다른 환경에서도 마찬가지는 아닐 것이다. 만약 조직이 전체적으로 이 변화를 반기고 새로운 생산성으로 속도를 내는 환경이라면 그곳의 변화 속도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내가 뒤늦게 이직을 하려고 한다고 해도, 채용 시장은 지금보다도 둔화될 것이다. (적어도 인구 절벽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AI가 이미 있는 사람들을 해고하지는 않겠으나 신규 채용에는 더욱 머뭇거리게 될 것이다. 그 때 나는 변화에 올라탄 사람들에 비해 더 나은 활용능력이 있을까?

이 인간은 context를 먹인 AI 보다 더 나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까?

1인 사업을 시작할까

사업도 생각했다. 원래는 난 사업을 하기에는 인간을 너무 싫어해서…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난 사이비 종교 지도자처럼 멤버를 홀릴 수 있는 사람들이 좋은 CEO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면에서 재능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1인 비즈니스가 너무 쉬워졌다.

지금 이 순간 사실 Product Manager는 굉장히 유리한 인간상이다. 경력이 어느 정도 있다면 IT 제품을 만들 때의 기본적인 요구사항과 어떤 순서로 제품이 발전할 수 있을 지,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그려볼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이것만 있다면 정말 만들어 낼 수 있는 세상이 왔다.

그냥 호들갑인가? 싶어 Google Antigravity로 며칠간 웹사이트를 만들어봤다. 사실 내 취향 디자인을 입히려고 시간만 소모하지 않았다면 기능 구현은 하루 안에 끝낼 수 있었다. 내 마음대로 만들어서 도메인도 사서 production 환경에 배포하고 깃헙에 잔디도 심었다. 개발자와 한 마디 안 했는데 제품이 완성되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Product Manager가 유리한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당장 커다란 제품을 아름답게 만드는 건 불가능하고, 유지보수도 안 될 것이다. 나는 일부러 서버가 없어도 되는 피쳐만 잡고 사전에 유지보수에 대해서 충분히 AI와 의논했다. 우리는 말이 되는 상상을 할 수 있다.)

솔직히 지금 instagram에서 열심히 퍼스널 브랜딩한 다음에 AX Consultant로 업무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AI로의 전환은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전문가로 자리잡는다면 일거리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나는 아직 제품이 만들고 싶다. 도핑 수준으로 AI 버프를 받은 나는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내 생산성은 얼마나 늘어날 수 있을까? 궁금하고 기대된다.

혼자서 내 취향에 맞는 제품들을 여러 개 만들어볼까. 완전히 홀로 선 Product Maker가 되어보는 생각도 하고는 있다. 다만 그놈의 안정성에 대한 추구가 문제다. 나는 여전히 안정성에 가치를 두고 있고, 나의 자본금은 안정적이지 않다. 창업지원금 받기도 싫고 벤처캐피탈이랑 이야기 하기도 싫고 혼자 방구석에서 돈 벌고 싶은 나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일단 워드프레스부터

요즘 매일 Perplexity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사실 고민상담 이런 게 아니라 나의 여러가지 가설과 추측에 대해서 리서치를 시키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내린 결론이 ‘워드프레스 해야겠다.’ 였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직업적인 특성으로 인해서(?) 내 모든 활동에 대해서 어쨌든 수익화를 고민하는데, 당연히 이미 블로그를 하고 있고 소소하게 수익도 내고 있다. 티스토리에는 커리어 이야기를 하다가 방치한지 좀 오래됐고, 네이버 블로그는 일상을 기록하고 종종 체험단 수익과 애드포스트 광고수익을 얻어왔다. 그런데 작년부터 블로그에 쓰레기가 창궐하기 시작했다. ChatGPT가 hallucination이 극심하던 시기임에도 수익성 블로그들은 힘차게 자동화를 노력했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마다 그들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게 기분이 좀 언짢았다. 체험단으로 수익 얻는 것도 그다지 효용을 못 느꼈는데, 나는 쓸데없이 글쓰기의 진정성을 추구하느라 시간도 오래 걸렸다. 그러면서 점점 귀찮음이 커져서 블로그를 거의 멈추게 되었다. 그러다가 생각했다. 요즘 모든 SNS에 AI-generated 컨텐츠가 넘쳐나는데, 그럼 나중에는 어떻게 되지? AI는 뭘 보고 배우지?

광고 수익은 어떻게 되지? 네이버와 구글 모두 이제 검색 결과 상단에 AI 요약을 제공한다. 사람들은 이제 포털 대신 GPT에 물어본다. 그게 훨씬 더 편리하다. 결국 포털도 그 경험을 제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면 광고는?

광고 플랫폼들은 이전의 개념에서 벗어난 신규 모델을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AI의 답변 생성에 이용되는 검색 결과들의 작성자에게도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이 생길 것이다. AI Slop은 걸러질 것이고, 고품질의 컨텐츠는 지금보다 훨씬 큰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내가 그 고품질 컨텐츠가 되어야겠다. 라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워드프레스를 시작한다. 이전의 블로그들은 버리기로 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네이버의 미래가치는 낮다. 앞으로의 검색에 있어서 네이버에서 검색에 유리한 게 창작자에게 큰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근데 더 잘 아는 기업에 대해서 지나치게 비판적으로 구는 것 같기도 하니 이만 말을 줄이겠다. 근로소득으로 원화를 버니 워드프레스가 부업이라면 외화벌이가 더 좋겠다~ 라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네이버는 공짜인데 … 워드프레스 내 도메인으로 연다고 도메인 비용… 호스팅 비용… 워드프레스 플랜 비용… 열심히 돈 썼다.

그치만 워드프레스를 내가 엄청나게 성실하게 할 것 같진 않아서 수익성 면에서 큰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그냥… 위의 유지비용 정도나 나왔으면 싶다. 블로그의 기본적인 기능을 기대한다. 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변하는지 기록하고 싶다. 일기를 쓰는 공간이 맨날 바뀌다보니 이제 내 옛날 일기장을 보고 싶어도 어디있는지 모르겠어서 볼 수가 없다. 앞으로 워드프레스에 내 취향으로 꾸민 내 일기장을 마련해봐야겠다.

그리고 작년 겨울부터 이것저것 공부하고 싶은 의지가 많아졌다. 공부한 것으로 글쓰기를 하려면 강제로 좀 더 열심히 알아보게 되기 때문에 내 학습 성취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마크다운 있으니까 좀 살 것 같네… 네이버 에디터는 어떻게 아직도 마크다운 지원을 안 하냐고

시작하기 좋은 1월, 이 결심이 계속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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