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어느 날의 일기

브레인 덤프라는 개념을 알게 됐다.
내가 메모장에 생각나는 모든 것을 쏟아내는 것이 정의된 개념이었다니 재미있는 일이다.

브레인 덤프(Brain dump)는 머릿속에 있는 생각·할 일·걱정·아이디어 등을 “정리하려고 애쓰지 않고” 그대로 종이나 디지털 도구에 쏟아 적는 행위를 말해요.

전통적인 할 일 리스트나 일기와 달리, 순서·카테고리·완성도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무작위로 쓰는 것이 핵심이에요.

새삼 내가 정말 온갖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다른 사람들은 정말 그렇지 않은 걸까? 내가 다른 사람이 될 수 없으니 평생 알 수 없는 일일 것이다.

1월에 워드프레스를 운영하기로 결심하고 온갖 일을 벌인 것과 달리 오늘이 오기 전까지 나는 어떤 포스트도 새로 작성하지 않았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또 어떤 일이 스쳐지나갔는지 이제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이렇게 모든 게 지나간 일이 되는 걸까?

지금은 잠시 일을 쉬고 있다.
뉴스에서 사회문제로 말하고 있는 ‘쉬었음 청년’이 바로 나다.

출처 : “쉬었음 청년이라뇨”…행정 용어가 조롱이 되기까지 [이슈크래커]

원래는 공백기 없이 바로 다음 직장을 구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아 그냥 쉬고 있다.
한 달 정도는 숨도 안 쉬고 게임만 했던 것 같고, 요즘은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다.
집에만 틀어박혀 히키코모리가 된 것 같긴한데 재택할 때도 그리 다르진 않았으므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최근은 1년 중 몇 번 없는 날씨 좋은 기간이니까 좀 돌아다녀 보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한 후로 도서관을 가본 적이 없었는데 집 근처 도서관을 가보니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카페에서 돈 내고 음료 살 필요가 없었다. 자리도 무료고 책도 무료라니.. 이렇게 좋을 수가?

취업난과 고용난이 동시에 존재하고,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니마니 하는데 소득 없이 살고 있는 내가 불안해야 정상일텐데.
생각보다 너무 행복하게 잘 놀고 있다. 어떠한 압박 없이 자유롭게 지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있다.
그 과정에서 알 수 있는 건, 나는 생각보다 책을 좋아한다. 그리고 요즘은 철학과 사회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대학생 때 이 관심을 가졌다면 교양 점수를 좀 더 높일 수 있었을텐데…
대학생 때의 나는 실용성을 굉장히 중시했고, 탁상공론을 싫어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있는데, 어떤 수업의 토론 주제가 ‘웃고 있는 아기는 과연 행복한가?’ 였다. 이런 주제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고 토론할 필요성 자체를 아예 느끼지 못했다. 행복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하고 가정을 꼼꼼히 하면 답이 나오는 문제일텐데, 시각 차이가 있으니 정답이 없는 문제 아닌가? 그런 데에 시간을 왜 써야한단 말인가?

하지만 한참 지나서 나이를 먹으며 사회에서는 이해관계 없이 어떠한 의견을 진솔하게 나눌 기회가 마땅치 않다는 것을 느낀다. 친한 친구들도 어떤 사회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물론 묻지 않을테지만.

아직 나에게 감상에 젖을 여유가 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여러가지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 기쁘다.
평생 돈 걱정할 필요 없었다면 기쁘게 대학원에 진학했을텐데, 하지만 또 막상 그 상황이었다면 다르게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

요즘은 손 닿는대로 여러가지 다양한 책들을 읽고 있다.
월급이 없어 주식으로 먹고 살고 있기 때문에 주식과 실물경제에 대한 공부도 해야할 것 같다.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미국 주식만 했는데 정작 국장이 엄청나게 상승하면서 삼성전자는 세계 시총 11위의 기업이 되었다.
하이닉스는 16위. 두 주식 모두 단 1주도 사지 않았다.

어차피 다른 곳에서 이득을 봤기 때문에 그리 아쉽지는 않지만 내년 해외주식 양도세가 슬슬 무서워지고 있기 때문에 조금씩은 살까 고민하고 있다. 내가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은 멸망한 것 같은데 제조업이라도 희망이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하지만 제조업은 가고 싶지 않아. 내 미래는 어디로?
하지만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해!

주식이 아니더라도 기존에 소홀했던 세계사나 국가 간 관계, 지정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해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 그리고 요즘 읽는 웹소설들이 종교나 철학적 담론을 다루다보니 이런 부분에도 관심이 생겼다. 기초가 없는 게 얼마나 아쉬운지 강의를 들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취미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미술학원을 좀 더 오래다녔다면 좋았을텐데. 그림을 그리는 건 항상 즐거운데 못 그리는 나에게 적응하지 못하고 도중에 관둬버리는 게 문제다. 어떻게 그리든 완성을 해야 실력이 늘텐데. 하지만 이 만큼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다.

이 모든 것에 관심 갖다보니 오히려 기술에 대해서는 조금 뒷전으로 두고 있다.
시간이 많을 때 나 혼자 앱을 만들어서 런칭해보는 게 쉴 때의 소소한 목표인데… 언제 시작할런지. 인프라 셋팅도 안 했다.
그래도 아이디어는 꽤 구체화했으니 언젠가 기록으로 남겨보겠다.

나에게 즐거운 5월이 계속되길 바란다.

이건 제미나이로 생성한 도트 이미지인데, AI 는 pixel art style을 구현할 수 있지만 진짜 도트 이미지는 생성해주지 않는다.
이런 생성 이미지는 자세히 살펴보면 네모칸이 일정하지 않은 걸 확인할 수 있다. 구려!
다음 일기에서는 내가 Aesprite로 직접 찍어서 가져와야지. 아무리 GPT가 창궐해도 창작은 여전히 가치있다.